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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자였으나, 최근까지 아쉬운 작품들만 선보여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 그래서 이번 영화 <피그> 또한 관람 전까지 반신반의한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로튼 토마토 신선도 97%에 신선도 보증까지 받았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둘도 없을 천재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영화 <피그>는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할 작품"이라는 평을 내던지며, 수많은 매체와 평단, 관객들 또한 하나같이 호평을 늘어놓아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렇게까지 화제를 불러 모았나 호기심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외딴 숲속에서 트러플 돼지와 사는 '롭'(니콜라스 케이지)은 자신이 채취한 트러플을 정해진 요일에 가지러 오는 푸드 바이어 '아미르'(알렉스 울프)를 제외하고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밤, 낯선 이들이 집에 침입하여 그의 돼지를 훔쳐가고, 롭은 자신에게 소중한 돼지를 되찾기 위해 아미르의 도움을 받아 15년 전에 떠났던 포틀랜드로 향한다.
영화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홀로 숲에서 살고 있으며, 도시로의 외출을 꺼리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자신의 보금자리를 유일하게 찾아오는 푸드 바이어의 제안에도 전화나 전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단호 가게 거절할 정도로 도시와 관련된 문물을 거부하는 남자. 그랬던 그가 도시로 향하게 된 이유는 자신이 소중하게 기르던 돼지를 잃게 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고, 돼지를 되찾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훔쳐 간 것을 되찾기 위해 나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 <피그>는 처절한 복수를 예고하는 영화 <존 윅>이나, <테이큰>과도 같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남자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며,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영화는 스릴러에서 머물지 않고 서스펜스, 그리고 결국에 드라마로 변주하는 신비로움을 선사합니다.
사라진 돼지의 행방을 쫓는 것에서 시작하여 남자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고,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드러내며, 영화의 장르적 변주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의 집을 습격한 이들로 인해 생긴 얼굴의 핏자국도 지우지 않은 상태로 돌아다니며 자신의 상처와 분노를 확실하게 드러내지만, 폭력을 되풀이 하진 않습니다. 여기서 영화 <피그>가 단순한 복수극으로 흘러가지 않는 결정적 이유입니다.
돼지를 찾기 위해 남자는 한때는 가까웠으나, 이제는 자신을 잊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그에게 "여긴 더 이상 당신을 위한 게 없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옛 인연들을 만나며 단서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계속해서 긴장감이 돕니다. 그럼에도 단순히 스릴러나 복수극으로 정의하지 않는 건 결국 이 모든 것이 롭이라는 남자를 비롯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한 권의 소설을 읽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시골식 버섯 타르트'를 시작으로 '엄마표 프렌치토스트'와 '새 한 마리, 술 한병 그리고 소금 바게트'처럼 음식의 이름을 사용한 각각의 챕터들은 영화와 직. 간접적으로 연결된 소제목으로 인물들의 서사를 더해주는 맛을 보여줍니다.
비교적 다른 영화 속 캐릭터보다 설명이 절제된 상태로 전개되는 남자의 이야기지만, 니콜라스 케이지는 관객이 그의 감정을 느끼고 그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누가 돼지를 훔쳐 갔는지, 후에는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궁금하게 되는 이유도 그의 연기에 있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자, 관객이 그를 다시 보게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니콜라스 케이지는 美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를 통해 "몇 번의 흥행 실패 이후에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저를 외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믿고 있었어요. 어떤 작품에서라도 꾸준히 연기를 하고 있다면 자신의 시나리오에 제가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해 주는 젊은 영화인들이 절 다시 발견해 줄 것이라고요"라고 슬럼프 시절에 대해 말했습니다. 아마 영화 <피그>의 마이클 사노 스키 감독이 그가 생각하던 그 영화인이 아닐까요?
결국 돼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했던 영화 <피그>는 그 여정을 걷는 한 남자를 따라가는 영화였습니다. 구구절절한 묘사로 그에게 돼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려주지 않아도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았던 사람인지 드러내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사이사이 작은 공백들은 관객이 메워나가는 매력이 있다고 느낄 정도로 담백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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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 드라마 / 미국,영국 / 91분 |
개봉 | 2022. 02. 23 |
평점 | ★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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